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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바빠 보이는데 막상 결과물이 없는 동료, 주변에 한 명쯤 있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사람과 실제로 같은 팀에서 일해봤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렇게 일하도록 내버려 둔 구조에도 있다는 것을.

항상 "바쁜 척"인데 왜 결과물이 없을까요?
제가 함께 일했던 분 중에, 자리를 지키는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성실한 분이 있었습니다. 항상 화면에 뭔가를 띄워 놓고, 자리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동 작업이 필요한 회의나 협업 자리에서는 "저 지금 급한 거 있어서요"라는 말이 늘 먼저 나왔습니다.
막상 기다렸던 그분의 결과물은 기한을 넘기거나,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얼마나 팀 전체의 속도를 갉아먹는지 실감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한 시간이면 끝낼 일을, 하루를 다 써서 해야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걸 업무 심리학에서는 "자기 효능감 과잉(Overconfidence in Self-efficacy)"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자기 효능감이란, 특정 과제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뜻합니다. 문제는 그 믿음이 실제 능력보다 훨씬 부풀려져 있을 때입니다. "할 줄 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루를 통째로 쓰고, 정작 본인이 해야 할 일은 미뤄집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팀 전체로 번집니다.
- 항상 바쁘지만 완료된 업무가 없음 (크롬 탭 50개, 완성 결과물 0개)
- 공동 작업보다 개인 업무에만 집중하며 협업 회피
- 다른 사람이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본인이 붙들고 전체 일정 지연
요약: "바쁜 척"이 아니라 진짜 바쁘지만, 우선순위 없는 바쁨은 팀 전체의 시간을 갉아먹습니다.
우선순위를 모르면 열심히 할수록 손해입니다
일머리가 없는 사람의 가장 전형적인 패턴 중 하나는, 쉽고 사소한 일을 먼저 처리한다는 점입니다. 중요하고 급한 일이 쌓여 있어도, 일단 '끝낼 수 있는 것'부터 손댑니다. 완료 표시를 빨리 찍고 싶은 심리가 앞서는 거죠.
반대로 일머리 있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이들은 모든 업무를 동일한 비중으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이 일은 영향력이 크니 이번 주 80%를 여기에 쓰겠다"는 식의 판단을 먼저 합니다. 이걸 업무 관리 이론에서는 "우선순위 매트릭스(Priority Matrix)"라고 부릅니다. 우선순위 매트릭스란, 업무를 중요도와 긴급도 두 축으로 나눠 어떤 일에 에너지를 집중할지 결정하는 프레임워크입니다. 하버드(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에서도 이 개념을 고성과자의 핵심 습관으로 꾸준히 다루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우선순위를 안다고 해서 바로 실행되는 게 아닙니다. 피드백을 인격 모독으로 받아들이고, 고집과 주관을 구분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방향을 제시해도 벽에다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실제로 조언을 드렸을 때 "저는 원래 이렇게 해왔어요"라는 말을 들은 순간, 더 이상 에너지를 쓰는 게 의미 없겠다고 느꼈습니다.
요약: 열심히 하는 것보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진짜 일머리의 시작입니다.
메타인지가 없으면 피드백도 소용없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진행된 실험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테이블을 두드려 생일 축하 노래의 리듬을 전달하고, 상대방이 무슨 노래인지 맞히는 실험이었습니다. 두드리는 사람은 절반 정도가 맞힐 거라고 예측했지만, 실제 정답률은 2.5%에 불과했습니다. 120곡 중 단 3곡만 맞은 겁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라"는 기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더해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더닝-크루거 효과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우월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지 편향을 말합니다. 1년쯤 지나면 어느 정도 일을 익혔다고 느끼면서 "우매함의 봉우리"에 오릅니다. 이 시기에는 옆에서 아무리 피드백을 줘도 잘 안 들어갑니다. 자신이 이미 잘 안다고 믿으니까요. (출처: APA PsycNet, Kruger & Dunning, 1999)
결국 필요한 건 메타인지(Metacognition)입니다. 메타인지란, 내가 지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이 일을 왜 하는지, 결과물을 누가 쓰는지, 누구에게 받아서 누구에게 넘겨야 하는지를 아는 것. 이게 없으면 아무리 성실해도 헛바퀴를 돌게 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메타인지가 부족한 사람은 자동화 도구를 받아들이면서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무작정 적용해, 결국 주변 사람이 그 결과물을 두세 번씩 재검토하게 만드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요약: 메타인지 없이는 피드백도, 자동화도 역효과를 냅니다. 자기 위치를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일머리 없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문화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머리 없는 사람이 따로 존재한다기보다, 일머리 없는 방식으로 일하게 내버려 두는 조직문화가 그런 사람을 계속 만들어낸다는 거죠.특히 조직 구조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어떤 일이 어느 부서 혹은 누구에게 가야 효율적인지 모르면, 자기 효능감에만 의존해서 "제가 할게요"를 남발하게 됩니다. 조직의 흐름과 역할 분담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안내해 주는 온보딩 과정이 있었더라면, 적어도 "내가 해야 할 일"과 "남이 더 잘하는 일"을 구분하는 데 훨씬 빨랐을 겁니다.
알아서 구조를 파악하는 사람도 있지만, 5~6년이 지나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은 파악하지 못합니다. 그건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을 주는 사람 쪽도 되돌아봐야 합니다.
"좀 더 트렌디하고 고급스럽게 해주세요"라는 말과, "메인 카피 글자 크기를 2포인트 키우고 CTA 버튼 대비를 높여주세요"라는 말은 전혀 다른 지시입니다. 전자는 받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이걸 맥락-결과물-원칙, 즉 COP(Context-Output-Principle) 방식으로 일을 주는 구조라고 합니다. COP란 업무를 지시할 때 왜 이 일을 하는지(맥락), 어떤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지(결과물), 어떤 기준을 지켜야 하는지(원칙)를 함께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리더가 인지적 게으름에 빠지면, 직원은 엉뚱한 방향으로 하루를 통째로 씁니다. 그 책임은 일을 시킨 사람에게도 분명히 있습니다.
요약: 개인의 일머리를 탓하기 전에, 조직이 일을 잘하게 만드는 구조인지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머리 없는 사람과 같이 일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먼저 그 사람의 역할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매한 요청은 애매한 결과물로 돌아옵니다. 결과물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중간 진행 상황을 공유하도록 구조화하면 최소한 마지막에 처음부터 다시 하는 상황은 줄일 수 있습니다.
Q. 우선순위를 잘 못 잡는 이유가 뭔가요?
A. 전체 업무 흐름에서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하는 일의 결과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쉽고 눈에 보이는 일부터 처리하게 됩니다. 메타인지가 부족할수록 우선순위 판단도 흐려집니다.
Q. 일을 잘하는 사람은 타고나는 건가요, 만들어지는 건가요?
A. 조직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느냐가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줍니다. 업무 지시가 명확하고, 중간 피드백 구조가 갖춰져 있고, 조직 전체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평범한 사람도 일 잘하는 방식으로 성장합니다. 개인의 자질보다 시스템의 힘이 먼저입니다.
Q. 피드백을 안 받아들이는 직원,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더닝-크루거 효과의 "우매함의 봉우리"에 있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때는 추상적인 조언보다 객관적 사실과 수치를 기반으로 피드백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런 것 같아요"가 아니라 "3페이지 타깃이 너무 광범위해서 전환율이 낮게 나왔습니다" 식으로 구체적이고 사실 기반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결론
일머리가 없는 사람을 탓하기 전에, 우리 팀이나 회사가 일머리 없는 방식으로 일하게 만드는 구조는 아닌지 먼저 물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업무 지시가 모호하고, 피드백이 추상적이고, 조직 구조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어떤 사람도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지시를 받을 때 컨텍스트까지 질문하는 습관, 중간 결과물을 30%·70% 시점에 공유하는 루틴, 피드백을 성장의 재료로 받아들이는 태도. 이것들이 쌓이면 일머리는 충분히 길러집니다. 지금 당장 내 업무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일 하나를 골라, 거기에 오늘 시간의 절반을 써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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