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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약 70%가 현재 하는 일에서 낮은 몰입도를 경험한다고 보고됩니다. 저도 이 글을 쓰는 지금 솔직히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데 그게 하기가 싫어서, 그나마 블로그가 손에 잡혀 이 글을 먼저 열었습니다. 처음엔 이게 회피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일 하기 싫을 때 먼저 워밍업을 해주세요
혹시 일하기 싫다는 느낌이 들 때 스스로를 의지박약이라고 탓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꽤 오래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의지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일하기 싫다는 감정의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결과가 안 보여서 생기는 불안, 오랫동안 에너지를 쏟아붓고 온 번아웃(Burnout), 그리고 일 자체보다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입니다. 번아웃이란 지속적인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서적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이를 공식 직업 현상으로 분류했습니다(출처: WHO).
제 경험상 이게 좀 다릅니다. 중요한 일이 버거울수록 저는 블로그처럼 비교적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이걸 스스로 나쁜 습관이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워밍업(Warm-up)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워밍업이란 본격적인 고강도 활동 전에 몸과 정신을 서서히 깨우는 준비 단계를 뜻하는데, 운동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 인지적 작업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작은 일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쌓으면 집중력과 자신감이 서서히 올라오고, 그 흐름을 타고 진짜 어려운 일로 넘어가는 게 저한테는 훨씬 현실적으로 잘 맞았습니다. 모든 시간에 최우선 과제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히려 시작 자체를 막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 일하기 싫은 감정의 주요 원인: 성과 불안, 번아웃, 관계 피로
- 워밍업 전략: 작고 쉬운 일로 먼저 집중력과 자신감을 회복
- 중요한 일은 그 흐름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핵심
회사는 이미 외적동기 시스템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솔직히 그렇게 기다리다간 아무것도 못 합니다. 여기서 외적동기(Extrinsic Motivation)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외적동기란 일 자체의 즐거움이 아니라 보상, 평가, 처벌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행동이 촉진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하고 싶지 않아도 평가 시즌이 다가오면 갑자기 몸이 움직이는 그 현상입니다.
기업들이 평가·보상·승진 시스템을 설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침마다 데일리 스탠드업 미팅을 진행하는 스타트업도, 반기 고과를 앞두고 갑자기 실적을 몰아서 만드는 대기업 직원도, 사실 다 같은 외적동기 구조 안에서 움직이는 겁니다. 제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시절, 매일 아침 "오늘 뭐 할 거예요?"를 보고해야 하는 회의가 있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돌아보면 그 회의 덕분에 제가 하루치 일을 미리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내재적동기(Intrinsic Motivation)와의 균형도 중요합니다. 내재적동기란 외부 보상 없이 일 자체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 상태를 말하는데,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자율성·유능감·관계성이 충족될 때 이 내재적동기가 강해집니다(출처: Self-Determination Theory). 문제는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를 머릿속으로만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넌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해?"라고 묻는 방식보다 다양한 일을 실제로 경험하게 해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OKR 워크숍이나 일의 목적 찾기 세션을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고, 오히려 일을 더 많이 시켜보는 과정에서 팀원들이 각자 뭘 좋아하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났습니다.
요약: 외적동기 시스템은 조직 어디에나 존재하며, 좋아하는 일은 머리로 찾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됩니다.
HR전략의 핵심은 직원 행복이 아니라 행동을 이끄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직 차원에서 '일하기 싫은 직원'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일을 너무 잘해왔던 사람이 갑자기 퍼포먼스가 떨어질 때, HR은 그때서야 "저 친구 요즘 왜 저러지"를 고민합니다. 미리 물어봤다면 어땠을까요?
HR전략(HR Strategy)이란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을 확보·육성·배치·유지하는 종합 계획을 의미합니다. 많은 분이 HR을 직원 고충 상담소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본질은 다릅니다. 직원이 행복하길 바라는 이유가 결국 그 사람이 일을 잘해줬으면 해서라는 겁니다. 접근 포인트가 완전히 다릅니다.
대기업에서는 HR 담당자가 "팀장이 마음에 안 들어요"라는 말에 "인사팀장에게 얘기해볼게요"로 끝나는 1차원적인 면담이 반복되기 쉽습니다. 반면 규모가 작은 조직에서는 그런 보상 체계가 없는 만큼,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제가 직접 HR 역할을 했을 때 가장 후회했던 건, 번아웃이 한참 진행된 뒤에야 알아챘다는 겁니다. 당시 저 스스로도 왜 힘든지 몰랐고, 퇴사하고 나서야 "에너지가 고갈됐던 거였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일하기 싫다는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표현 방식이 중요합니다. "저 일하기 싫어요"는 상대방에게 아무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일이 버겁습니다, 이렇게 바뀌면 좋겠습니다"로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조직이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꺼낼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만드는 것, 쉽게 말해 불편한 말을 해도 불이익 없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HR전략의 실질적인 역할 중 하나입니다.
요약: HR전략의 목적은 직원의 심리 상담이 아니라 비즈니스 퍼포먼스를 위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며, 그 출발점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하기 싫은 게 번아웃인지 그냥 게으른 건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게으름은 처음부터 동기 자체가 낮은 상태고, 번아웃은 한때 열심히 했던 사람이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입니다. 예전에는 잘 됐던 일이 지금 유독 버겁게 느껴진다면 번아웃 쪽에 가깝습니다. 스스로에게 "나 원래 이랬나?"를 먼저 물어보는 게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Q.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머릿속으로만 "나 뭐 좋아하지?" 하고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일종의 운동과 같아서, 필라테스를 2주 해보고 안 맞다고 단정하는 것처럼 너무 짧은 경험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3~6개월은 한 가지 일에 충분히 들어가봐야 맞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Q. 회사 복지가 좋으면 직원 만족도도 올라가지 않나요?
A. 복지는 만족도를 일시적으로 높여줄 수 있지만, 일 자체에서 오는 성취감을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사내 미용실이나 좋은 카페테리아를 갖춘 곳들이 실제로는 그만큼 일이 빡세기 때문에 그런 복지를 제공한다는 걸 생각하면, 복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위험합니다.
Q. 일하기 싫다는 감정을 팀장이나 HR에게 말해도 괜찮을까요?
A. 단순히 "하기 싫어요"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부분이 힘들고, 이렇게 바뀌면 좋겠습니다"처럼 이유와 방향을 함께 말할 수 있을 때 조직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을 꺼낼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조직이라면 말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결론
일하기 싫다는 감정은 나쁜 신호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주는 정직한 피드백입니다. 그 감정을 무시하고 억지로 중요한 일부터 들이밀면 오히려 더 오래 멈추게 됩니다.
저는 요즘 이 흐름을 의도적으로 씁니다. 먼저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일로 워밍업을 하고, 거기서 생기는 작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가지고 진짜 해야 할 일로 넘어가는 방식입니다. 완벽한 컨디션을 기다리는 것보다 작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훨씬 빠릅니다.
만약 지금 일이 하기 싫어서 이 글까지 읽고 계신다면, 오늘 당장 가장 중요한 일을 억지로 시작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가장 쉽게 손이 가는 일을 먼저 하나 끝내보세요. 그 다음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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