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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회사에서 AI 도구를 쓰기 시작한 지 꽤 됐는데, 어느 날 보고서 초안을 AI에게 맡겼더니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니 수치가 틀렸고, 맥락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했죠. 그 경험이 오히려 AI 시대에 뭐가 진짜 중요한지를 가르쳐줬습니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MGI) 의장 스벤 스미트(Sven Smit)의 이야기가 그 답을 정확히 짚고 있었습니다.

 

AI는 인간의 도구일 뿐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AI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속도, 직접 겪어보니

제가 직접 써봤는데, AI 도구를 업무에 도입한 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속도였습니다. 이메일 초안, 회의록, 자료 조사까지 예전에는 반나절을 써야 했던 일이 한 시간 안에 끝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이게 맞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주변을 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AI를 잘 쓰는 동료는 같은 시간에 눈에 띄게 더 많은 결과물을 냈고, 그렇지 않은 동료와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졌습니다. 단순히 도구를 쓰느냐 안 쓰느냐의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잘 쓰느냐, 그리고 AI가 내놓은 결과를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하느냐가 핵심이었습니다.

스벤 스미트는 이 변화를 역사적 맥락에서 짚습니다. 농업이 트랙터로 자동화되고, 공장이 로봇으로 바뀌었을 때도 사람들은 두려워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AI가 이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육체노동이 아니라 '사고(thinking)' 자체를 대신하려는 기술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불안의 깊이가 다릅니다.

실제로 일하면서도 비슷한 불안을 느끼는 동료들을 봤습니다. "내 자리가 없어지는 거 아니냐"는 말을 꺼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AI가 대신하는 건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이었고, 오히려 그 결과를 검토하고 방향을 잡는 역할은 고스란히 사람 몫으로 남았습니다. 맥킨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연구의 약 80%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AI가 접근할 수 없는 기업 내부 독점 데이터베이스나 전문가들의 경험에서 나왔습니다. 공개된 데이터만으로는 진짜 통찰을 만들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요약: AI는 반복 업무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이지만, 결과 검토와 방향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며 이 격차가 개인 경쟁력을 가른다.

 

비판적 사고 없이 AI를 쓰면 생기는 일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스미트가 소개한 AI 활용법이었습니다. 그는 이걸 직접 '반대 의견으로 AI를 함정에 빠뜨리기(Trap the AI on the Contrarian View)'라고 불렀습니다. 단순히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반대 관점을 요구하고 AI가 어떤 전제를 깔고 있는지 검증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어떤 업계 트렌드에 대해 AI에게 물었더니 꽤 그럴듯한 답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질문을 살짝 바꿔서 "반대로 이 트렌드가 틀렸다면 어떤 근거가 있냐"고 다시 물어보니, 처음 답에서 빠진 전제들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AI는 질문에 맞는 답을 내놓는 게 아니라, 질문이 담고 있는 전제에 맞는 답을 내놓는다는 걸요.

이게 바로 AI 슬롭(AI Slop) 문제와 연결됩니다. AI 슬롭이란 AI가 만들어내는 저품질 콘텐츠를 뜻하는 표현으로, 쉽게 말해 그럴듯해 보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 쓰레기입니다. 인용 수가 많다고 좋은 논문이 아니듯, AI가 자신 있게 내놓는 답이 곧 정확한 답은 아닙니다.

그래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가 핵심 역량으로 남는 겁니다. 비판적 사고란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전제와 근거를 따져보며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스미트는 자녀들에게도 이걸 강조한다고 했습니다. "아빠, 저는 아빠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요. AI의 생각이든, 부모의 생각이든 그대로 흡수하는 게 아니라 직접 따져보는 습관이 진짜 경쟁력이라는 뜻입니다.

스미트가 강조하는 AI 활용의 핵심 원칙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AI에게 반대 관점을 요청하고 정반대의 주장을 입증하게 시킨다
  • 질문을 조금씩 바꿔가며 AI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하는지 탐색한다
  • AI가 가져온 자료가 기존에 알려진 정보인지, 새롭게 검토해야 할 내용인지 직접 평가한다
  • 하나의 AI만 사용하지 말고 여러 도구를 비교해 편향(Bias)을 줄인다

편향(Bias)이란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쏠림 때문에 특정 방향으로 치우친 답을 내놓는 현상을 말합니다. 같은 질문도 다른 AI 도구에 물어보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오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요약: AI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질문을 바꿔 전제를 검증하는 비판적 사고가, AI 시대에 인간이 유지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다.

 

가장 빨리 배우는 사람이 이기는 시대, 지금 뭘 해야 하나

스미트가 한 말 중에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문장이 있습니다. "기술적인 일은 자동화될 테니 인간은 판단력이나 감성만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앞으로는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이 말이 제 경험과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그가 제안하는 학습 방법도 구체적입니다. 예전에는 책을 여러 권 읽으려 노력했지만, 지금은 긴 형식(Long-form)의 팟캐스트가 그 역할을 일부 대신한다고 했습니다. Long-form이란 짧고 단편적인 콘텐츠와 달리, 한 주제를 수 시간에 걸쳐 깊이 다루는 방식을 말합니다. 핵심은 아무 주제나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 가장 관련 깊은 질문에 집중해서 AI에게 그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직 차원에서는 'AI 시대의 도요타'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요타는 린(Lean) 생산방식을 가장 먼저 완성해 전 세계 기업이 따라 했습니다. 린(Lean) 생산방식이란 낭비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것만 필요한 때에 생산하는 효율화 방법론으로,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기업이 아직 없다는 겁니다.

스미트는 여기서 'Happy AI'와 '혁신적 AI(Transformational AI)'를 구분합니다. Happy AI란 문서 요약이나 회의록 정리처럼 편리하지만 점진적 개선에 그치는 AI 활용을 뜻합니다. 반면 보험금 청구 전 과정을 자동화하거나 설비 유지보수 시점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것이 Transformational AI입니다. 후자로 가려면 시행착오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리더가 조직 전체에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어제 무엇을 배웠는가? 무엇을 시도했는가? 어디서 실패했는가?"라고요.

이 인터뷰를 읽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AI를 잘 쓰는 능력과 AI가 내놓은 결과를 판단하는 능력, 이 두 가지를 함께 키우지 않으면 AI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는 겁니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MGI)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방향도 이와 같습니다(출처: McKinsey Global Institute).

요약: 지금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과 조직은 'AI를 도입한 곳'이 아니라 'AI로 실질적 혁신을 만들어내며 가장 빨리 배우는 곳'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이 뭔가요?

A. 스벤 스미트가 꼽은 건 '가장 빨리 배우는 능력'입니다. 단순히 AI 도구를 쓰는 것을 넘어, AI가 내놓은 결과를 검증하고 질문을 바꿔가며 더 나은 답을 찾는 비판적 사고가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AI를 쓰는 것보다 AI 결과를 판단하는 능력이 실력 차이를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Q. AI가 제 직업을 대체할 수도 있나요?

A.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정의롭고 공정한지 판단하거나, 조직 전체를 변화시키는 일처럼 맥락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당분간 사람 몫으로 남습니다. 스미트는 분야마다 인간과 AI의 역할 비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봤는데, 어떤 곳은 인간 60 대 AI 40, 어떤 곳은 그 반대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Q. AI 슬롭(AI Slop)을 피하는 방법이 있나요?

A.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질문을 바꿔가며 AI 답변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같은 주제에 대해 정반대 관점을 요청해보고, 어떤 전제가 달라지는지 확인하면 AI가 어디서 틀릴 수 있는지 보입니다. 하나의 AI만 쓰지 말고 여러 도구를 함께 활용해 편향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Q. 기업 리더는 AI 도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A. 문서 요약이나 회의록 정리 같은 편리한 AI 활용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미트는 이를 'Happy AI'라고 불렀는데, 이것만으로는 점진적 개선에 그칩니다.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재설계하는 혁신적 AI 활용으로 나아가려면 조직 전체가 매일 배우고 시도하고 실패하는 문화가 먼저 자리 잡아야 합니다.

 

결론

이 인터뷰를 읽고 나서 제가 바꾼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AI에게 뭔가를 물을 때 첫 번째 답에서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반드시 반대 관점을 한 번 더 물어보고, 전제가 달라졌을 때 답이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과정이 AI를 쓰는 것과 AI를 잘 쓰는 것의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빨리 배우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도구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결과를 맹신하지도 않으며, 끊임없이 질문을 바꿔가며 더 나은 판단을 찾아가는 사람이 앞으로의 경쟁에서 유리해질 것입니다. AI 도구를 아직 업무에 적극적으로 쓰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 시작할 가장 좋은 타이밍입니다.

 

참고: 2026년 6월 맥킨지 스벤스미트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