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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않았을 때 처음 협업회의를 진행하는 자리에서 저는 꽤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분명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이야기를 했는데, 예리한 상사께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하셨죠. 이제껏 나름대로 자기주장을 잘 말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비즈니스 생태계의 프로페셔널들에게는 횡설수설 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구나 하며 얼굴이 화끈거리더라구요.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던 게 그날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날은 유독 뼈저리게 와닿았습니다. 말을 잘한다는 건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준비와 인풋(input), 그리고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그 이후로 하나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이 말도 잘한다

말 잘하는 법 : 좋은 말은 좋은 인풋에서 나온다 - 인풋관리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분명히 어제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막상 대화 자리에서 꺼내려하면 기억이 안 나는 경우 말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꽤 오래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아, 그게 뭐였더라"를 반복하면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집에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IT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 중에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쓰레기 같은 데이터를 집어넣으면 결과물도 쓰레기가 된다는 뜻입니다. 말하기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자극적이고 수준 낮은 콘텐츠를 매일 소비하면 어느 순간 말투와 사고방식 자체가 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제가 직접 느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SNS 숏폼만 보던 시기와 제대로 된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 대화에서 꺼낼 수 있는 이야기의 깊이가 달랐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인풋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경험의 희소성입니다. 남들이 다 아는 인스타그램 핫플을 다녀온 이야기는 상대를 설득하거나 흥미롭게 만들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지식의 차별성입니다. 모두가 읽은 베스트셀러 내용만 갖고 있으면 대화에서 새로울 게 없습니다. 세 번째는 인사이트(insight)입니다. 여기서 인사이트란 단순히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연결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세 번째가 사실 가장 만들기 어렵습니다.

인사이트는 혼자 조용히 앉아 생각하는 시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터디 그룹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의견의 날카로운 부분이 서로 깎여서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혼자 책을 읽거나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때, 그때 나오는 생각이 진짜 자신만의 관점이 됩니다.

그리고 이걸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는 지금도 인상 깊은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휴대폰 메모장에 적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 메모를 문서로 옮겨 정리합니다. 마치 컴퓨터의 임시 메모리인 RAM(Random Access Memory, 작업 중인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장치)에서 하드 드라이브로 데이터를 옮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좋은 생각도 결국 사라집니다. 중요한 발표나 미팅 전에는 이 문서를 꺼내서 말할 흐름을 미리 써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이 습관을 들인 뒤로 회의에서 횡설수설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경청과 소통 역량 연구에서도 대화에서 발휘되는 역량은 평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좋은 말하기는 말을 시작하기 훨씬 전, 인풋을 관리하는 단계에서 이미 시작되는 셈입니다.

  • 경험의 희소성: 남들이 안 해본 경험을 쌓아야 대화에 새로움이 생긴다
  • 지식의 차별성: 베스트셀러 내용은 기본,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 인사이트: 혼자 사색하는 시간과 다양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나온다
  • 기록 습관: 메모 → 문서 정리 → 말하기 전 흐름 작성의 3단계를 실천한다
요약: 좋은 말하기는 좋은 인풋 관리에서 시작되며, 경험·지식·인사이트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이 말의 깊이를 만든다.

 

말을 망치는 가장 큰 습관 — 3P 제거와 대화 준비

말을 잘하고 싶다면서도 정작 대화에서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패턴이 있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인간의 대화 방식을 분석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화 시간의 상당 부분을 파괴적인 세 가지 패턴에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를 3P라고 불렀습니다.

3P란 설교(Preaching), 기소(Prosecuting), 정치(Politicking)를 의미합니다. 설교란 상대가 잘 몰라서 그렇다며 가르치려 드는 태도입니다. 기소는 어떤 상황에서 특정 사람의 잘못으로 비방을 돌리는 행위입니다. 정치는 편 가르기, 즉 "저 사람은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방식입니다.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솔직히 뜨끔했습니다. 제 경우엔 설교에 해당하는 패턴이 특히 많았습니다. 뭔가 알게 되면 주변에 알려줘야 한다는 충동이 강했고, 그게 자칫 "나는 이걸 아는데 너는 모르지"라는 식으로 전달됐던 적이 분명히 있었으니까요.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의 저서 《인간관계론》에서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논쟁을 해서 이기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은 상대의 자존심만 건드리는 결과로 끝납니다. 자존심(self-esteem)이란 자신에 대한 평가와 가치감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공격받으면 상대는 논리적 판단보다 감정적 방어 반응을 먼저 보이게 됩니다. 외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탈레랑도 "외교의 기본은 다른 나라의 얼굴이 붉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원칙은 직장 내 대화에도, 가족 간의 대화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제가 경험상 가장 효과가 있었던 방법은 대화 전에 짧게라도 어젠다(Agenda)를 세팅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젠다란 대화나 회의에서 다룰 주제와 목적을 미리 정리한 계획을 뜻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에 "왜 만나는가, 어떤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는가"를 1분만 생각해도 대화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상대의 SNS를 미리 한 번 훑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상대가 관심 있는 주제를 먼저 꺼내면 대화의 온도가 처음부터 다르게 출발합니다.

직장에서의 대화라면 목적이 더 분명해야 합니다. 업무 대화는 크게 정보 전달, 요청, 지시, 피드백 네 가지 안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목적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준비하는 것, 이게 직장에서 말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핵심입니다. 제가 중요한 미팅 전에 전달할 내용을 메모하고 순서를 정리하는 습관을 들인 뒤로, 긴장도 줄고 말의 흐름도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Adam Grant 강연에서도 대화에서 상대에게 먼저 공간을 내어주는 사람이 결국 더 큰 신뢰를 얻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3P를 걷어낸 자리에 생긴 여백을 상대의 이야기로 채울 때, 그 대화는 비로소 양쪽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됩니다.

 

요약: 설교·기소·정치라는 3P 패턴을 인식하고 제거하는 것, 그리고 대화 전 어젠다를 짧게라도 세팅하는 습관이 말의 질을 결정적으로 바꾼다.

 

자주 묻는 질문

Q. 말을 잘하려면 타고난 말재주가 있어야 하나요?

A. 제 경험상 말재주보다 준비와 인풋 관리가 훨씬 큰 역할을 합니다. 어떤 정보를 어떻게 쌓아왔느냐, 그리고 대화 전에 얼마나 짧게라도 목적을 정리했느냐가 말의 설득력을 만듭니다. 말하는 기술 자체는 연습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훈련의 영역입니다.

 

Q. 인풋 관리를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A. 가장 쉬운 시작점은 메모 습관입니다. 인상 깊은 생각이나 정보가 생기면 바로 휴대폰 메모장에 적고, 일주일에 한 번 문서로 옮겨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 콘텐츠가 눈에 띄게 쌓입니다. 남들이 안 읽는 책이나 남들이 안 해본 경험을 하나씩 추가해 나가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Q. 직장 회의에서 말을 잘 못하는 편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면 되나요?

A. 회의 전에 "오늘 이 자리의 목적이 정보 전달인가, 요청인가, 피드백인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그 목적에 맞게 전달할 내용의 순서를 메모해 두면 실제 말하는 순간에 훨씬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단순한 준비만으로도 회의 후 이불킥이 크게 줄었습니다.

 

Q. 3P 습관을 어떻게 줄일 수 있나요?

A. 대화 중에 "지금 내가 가르치려 들고 있나?",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몰고 있나?"를 30분에 한 번씩 스스로 체크하는 것이 생각보다 효과적입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이 자기 점검 루틴이 자리를 잡으면 말의 톤이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집니다. 3P는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패턴이라 방심하면 다시 나오기 때문에 꾸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결론

말을 잘한다는 것이 화려한 화술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상황에 맞게, 상대가 듣고 싶은 방식으로, 그리고 자신이 진짜 가진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말 잘하기의 본질입니다. 그 출발은 어떤 인풋을 쌓아왔는가이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방해물은 설교·기소·정치라는 3P 패턴입니다.

제가 지금도 실천하고 있는 건 단순합니다. 메모하고, 정리하고, 만나기 전에 1분이라도 생각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것입니다. 말을 잘하고 싶다면 스킬보다 이 태도와 준비가 먼저라는 점을, 저는 실패와 이불킥을 통해 배웠습니다. 혹시 지금 말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오늘 대화 하나를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n3NV7vVIzM